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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의 이해
정신적인 감기라고 알려진 우울증은 현대인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때로는 내가 왜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외향적이고 밝은 사람들에게도 옵니다. 흔히들 우울증 하면 의욕이 없고 만사가 귀찮아지며 외출이나 사람들과의 모임이나 만남을 꺼리게 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울증은 분노 폭발이나 짜증과 같은 공격적인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진료를 받으셨던 62세 D씨는 1년 전부터 의욕이 없고 만사가 귀찮아졌다고 했습니다. 최근 두통으로 신경외과 진료를 받으시던 중 우울증이 의심되니 치료 받아보시라는 권유를 받고 내원 하신 겁니다. 같이 내원한 부인, 아들과 딸에게 환자분의 상태에 대해서 설명을 드렸습니다. 제 설명을 듣고 있던 아들과 딸이 일 년 동안 한 노력에 대해서 이야기 하였습니다. 활동을 잘하지 않으려는 아버지를 모시고 산책을 가기도 하고, 외식도 다니고,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면서 노력을 하지 않으시는 아버지로 인해서 이제는 본인들이 지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힘들어 하시는 보호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설명을 드렸습니다. 감기가 걸려서 콧물이 나면 그 콧물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흐르고 그 콧물은 보통 항히스타민이라는 약을 먹어야 멈춘다는 사실을 말씀드렸습니다. 우울증에서의 우울감이나 의욕저하도, 감기에서의 콧물과 마찬가지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안에 자리 잡고 있어서 노력을 한다고 없어지지 않습니다. 물론 우울증으로까지 진행하지 않은 우울감은 운동을 하거나 친구들을 만나거나 취미생활을 통한 기분전환을 통해서 호전이 되지만 우울증으로 진행한 경우에는 치료를 받아야 우울증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습니다. 제가 이러한 설명을 드리자 보호자분들은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해 하셨습니다. 우선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주시길 부탁 드렸습니다. 보통 우울증 진단을 받으면 보호자들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활동량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제 경험으로는 우울증의 치료가 어느 정도 괘도에 오르기 전에는 환자를 쉬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울증은 자동차로 치면 휘발유가 없는 상태로 주유가 되기를 기다렸다가 차를 운행시키는 것처럼 환자의 에너지가 치료받으면서 어느 정도 생겼다고 판단될 때 활동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아직 의욕이 생기지도 않았는데 운동을 하거나 모임 등에 참석을 하다보면 오히려 더 지치고 회복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심하게 지쳐있거나 우울한 상황에서 조금 벗어났을 때 적당한 운동과 사람들과의 교제를 하게 되면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우울증이 갖고 있는 공격성입니다. 우울증이 왔을 때 화를 잘 내거나 짜증이 나는 경우들입니다. 우울증이 무조건 침체된 양상으로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우울증의 심리적인 주요 감정은 ‘화’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지금 우울증을 앓고 계신가요? 지나치게 애써서 극복하고 계시다면 좀 쉬어보시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작은 일에도 화가 나고 짜증을 내고 계신가요? 자신이 지금 치료를 필요로 하고 계신 것은 아닌지 점검해보시기를 권유 드립니다.
나만 문제고 나만 힘든게 아닙니다
정신치료의 역할중 하나가 신경증적인 비참함(neurotic misery)을 일반적인 불행(common unhappiness)으로 보게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내담자들은 자신들이 힘들어 하고 있는 현실적인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한동안은 없거나 자신이 겪은 일이 심각해서 치료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될까라는 의혹을 가지고 치료에 들어가곤 합니다. 경제적인 어려움, 가족과의 갈등, 실직, 사별, 이혼, 등등..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때로는 치료자도 저런 상황에서 어떻게 벼텨나가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노력해야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고통의 정도를 확대하지 않는 것입니다. 많은 경우에 고통 자체가 확대되어서 실제 그 고통의 무게감보다 무거워져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예를 들면 부부싸움 끝에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거나, 실연을 한 후에 자신의 생활에서 중심을 잃고 한없이 무너져 버리는 경우에 물론 자신을 힘들게 한 상황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그로 인한 영향력이 커져 버려서 일상적인 생활을 해나가는데 어려움이 상당기간 그리고 꽤 깊게 이어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성실한 성격의 L씨는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에서 성실하게 일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상사는 L씨의 행동 하나하나를 지적하면서 L씨를 문제 삼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자신감을 잃으면서 더욱 위축되어 갔습니다. 몇 년을 그렇게 버텨내던 중 결국에는 권고사직 상황에 맞닥뜨려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는데 문제는 오히려 그 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새로운 직장에 취업해서도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잘 해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자신 없어하며 본인이 사표를 제출하며 직장을 옮겨 다니게 되었습니다. 정신치료 중 L씨는 자신이 그 상사에 대한 분노를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그때 상실된 자신감에서 회복되지 못했다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직장에서의 부적응이라는 상황이 L씨에게는 상처로 남아 그 후 그의 사회생활에 한동안 부정적인 영향을 줌으로 인해 L씨가 가지고 있던 장점들이 드러나지 않고, 부적응과 이직이라는 악순환을 경험하게 하였습니다. 치료 과정을 통해 L씨는 직장 상사가 가지고 있었던 문제점들과 자신을 다시금 들여다봄으로써 그가 몇 년간 겼어온 일들이 사회초년생이 겪을 수 있는 문제이며 이 사회 내에 모든 사람들이 다 성숙한 것이 아니며 모든 문제의 초점을 자신에게만 맞추고 자신을 평가 절하하며 지내왔던 것에 대해서 스스로를 용서하고서야 상황을 객관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고통과 상처는 누구나 경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고통과 상처에 대해서 객관화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 객관화를 통해서 자유로워질 때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는 누구에게나 어느 정도의 신경증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고통을 힘들어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분명 힘들 수 있으나 그것에 대해서 몰입이 되어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면 고통스러운 마음의 늪에서 빠져 나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선 그것을 가까운 사람에게나 치료자에게 내어 놓는 것이 나만의 문제이며 고통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회복되는 첫 걸음입니다. 문제를 인식하고 힘들 수 있음을 인정하고 나에게만 집중되어 있는 시선을 외부로 향하게 하여 그 문제에서 벗어나 자신을 누리며 장점들을 발휘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약에 대한 두려움
언젠가 한 환자가 처음으로 내원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해나갔습니다. 최근에 실연하고 자신이 다니고 있는 학교생활에서도 힘들다고 호소하였습니다. 전공이 맞지 않는다고... 환자의 이야기가 끝나고 저는 상담치료를 진행하기도 할것이지만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 소견을 이야기 해였습니다. “근데요 선생님, 어떻게 마음이 약으로 치료 될 수 있나요? 제 마음이 아프고 힘든 상황을 약이 바꾸어 줄 수 없는거 잖아요?” 라고 물어 왔습니다. “상황이 바뀌지 않더라도 약이 마음을 바꾸어줄 수 있어요. 상담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약을 먹으면 생물학적으로 변화된 뇌 기능이 건강할 때의 상태로 갈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렇게 대답을 하고는 최근 개발되어 있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쓰는 약물에 대한 기전을 설명하였습니다. 간단히 그 기전을 이야기 하자면 뇌 세포에 정상적으로 분비 되어 있어야 하는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 도파민, 노에피네피린등이 부족하거나 과다 분비가 되어 있는 것을 조절해주는 역할을 약이 하게 됩니다. 이런 생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개발된 약들이 환자들의 생활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경험하면서 치료자인 저도 약이 개발되어 있음에 새삼 감사함을 느끼곤 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렇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신과 약에 대해서 사람들은 많은 두려움을 갖고 있음을 경험합니다. “선생님, 이거 한번 먹으면 평생 못 끊는다고 들었어요.” “약 먹다가 계속 양이 늘어나면 어떡해요?” “정신과 약 계속 먹으면 치매가 온다면서요?” 자주 듣는 질문들입니다. 답을 드리자면 많은 환자분들이 약을 잘 끊으셨습니다. 물론 감기 치료하는 것과는 달라서 치료기간이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년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평생 약을 드셔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평생 하면 또 놀라실 분들이 많겠네요. 조현병과 같은 만성질환인 경우에 그렇습니다. 약을 먹다가 증량이 되는 경우들이 물론 있습니다. 초기에는 소량을 쓰다가 점차 늘려가면서 적극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환자분들이 걱정하시는 것처럼 내성이 생겨 약이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요즘은 많은 신약들이 개발되어 치료자가 갖고 있는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치매도 오히려 우울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때 나타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상태가 호전되면 치료자와의 의논을 통해서 점차적으로 약을 줄여가면서 치료를 끝내게 됩니다.
그런데도 다른 사람들에게 비추어질 자신의 모습을 걱정하며 ‘그래 내가 어떻게 정신과 약을 먹어’ 라는 생각을 합니다. K씨도 그런 분들 중에 한 사람이었습니다. 주변에서 치료를 권유 받고도 내원해서 한 달 동안은 약 먹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한 달 정도는 상담치료만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이후 약물치료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6개월 정도의 약물과 상담 치료 후에 치료를 마쳤습니다. 치료를 마치던 날 K씨는 자신이 약을 먹고 나은 것이 신기하다면서 왜 그렇게까지 약을 두려워했을까 싶고 좀 더 빨리 치료를 할 걸 그랬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선택과 결정
지나온 시간들을 생각해보면 수많은 선택과 결정을 마주하였던 것이 떠오릅니다. 때로는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었음에도 그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 순간이었는지 그 때는 알지 못했음에 마음 아파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떠한 순간은 정말 그렇게 결정해서 천만 다행이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의 삶의 선택과 결정들을 마주하는 순간들도 많지만 환자들의 삶에서의 선택과 결정의 순간을 마주할 때 지혜로운 선택과 결정을 조언하고 있는 것이기를 바래봅니다.

J씨는 강박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30대 초반부터 시작된 강박증은 원치 않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것과 행동을 할 때 마음속으로 일정 숫자를 세는 증상으로 나타났습니다. 30대 후반이 된 지금은 예전 보다 증상이 나아졌는데 그래도 어떠한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하면 힘들어했습니다. 그런 J씨가 최근에 이사를 결정하고 새로운 집을 선택하여야 되는 상황을 만났습니다. 다행히 J씨를 이해하는 남편분이 옆에서 끊임없이 격려해주면서 너무 정답을 찾으려고 하지 말자라면서 J씨를 다독였습니다. 남편분과 상의할 때 자신이 원하는 집에 대한 우선순위를 몇 가지 정하고 그 우선순위 상위에 랭크된 조건들이 어느 정도 맞으면 결정 내리기가 쉬어짐을 설명하였습니다.
때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말아야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H씨는 현재 직장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6년을 다닌 직장을 그만둔다고 하니 부모님을 비롯하여 주변의 친구들도 H씨를 말렸습니다. 그러나 스트레스로 인해서 우울증까지 왔던 H씨는 어느 날 이러다가는 자신이 죽을 것 같다면서 이직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치료 기간 중 여러 번 H씨로부터 "선생님 생각은 어떠세요? 제가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할까요? 아니면 그만두어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는 "H씨가 그만둬야할지 아니면 계속 다녀야할지가 고민이 된다면 아직은 고민해야 될 때라고 생각 합니다"라는 답을 했습니다. 고민을 하다보면 H씨의 경우처럼 이건 다녀야 한다든지 아니면 이건 아니다 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J씨나 H씨의 경우처럼 어떤 고민을 한다는 것은 때로는 고통스러워서 빨리 결정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합니다. 지나친 심사숙고는 도움이 안 되지만 고민을 하다보면 생각하는 것을 통해 진정한 자신의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가끔 자신의 결정 보다는 주변 다수의 의견에 따르려는 경우를 보기도 하는데 다른 사람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주변의 조언을 참고는 하되 최종 선택은 자신이 최종적으로 결정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생각에 갇힌 사람
정신치료가로서 상담에 임할 때면 실질적인 상담치료에 앞서서 내담자가 상담치료에 적합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평가하게 됩니다. 우선은 어느 정도의 심리적인 통찰을 할 수 있는 마음상태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 다음은 타인의 권유에 의한 치료가 아니라 스스로가 치료에 대한 동기 부여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치료에 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작업이기에 자발성이 없다면 치료를 진행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주변 사람에 의해서 어찌어찌 치료를 시작한다고 해도 지속되지 못합니다.
정신치료 외에 약물치료를 하는 경우에도 부분적인 상담치료가 병행이 됩니다. 환자분들 중에는 약물치료가 주된 치료 방법인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약물치료와 상담치료가 병행되거나 상담치료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54세의 M씨는 이제 치료한지 몇 년이 안 된 환자입니다. 결혼하여 1남 1녀를 둔 M씨는 우울감이 심해지면 병원을 찾아오고 어느 정도 치료가 되면 임의대로 약을 끊고 그리고, 다시 우울감이 심해지면 병원을 찾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런 M씨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상담을 할 때면 M씨는 견고한 자기만의 논리 틀에 갇혀있다는 것입니다. 회사생활을 하는 남편은 남한테는 잘하는데 자신에게는 무심하다, 아이들은 필요할 때만 엄마를 찾고 자기들 생활에만 집중한다, 내가 그동안 해온 수고에 대해서 몰라준다 등등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과 자기 생활에 대한 불만족이 많습니다. 혹여 그런 자신의 생각에 대한 다른 의견을 치료자가 제시하면 선생님이 내가 겪은 것을 보지 못해서 그런다, 그 누구도 자신의 고통을 알지 못 할 것이라면서 철옹성과 같은 내면으로 무장한 사람처럼 자신의 생각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 못합니다. 어려서 받은 상처와 감정적으로 돌봄을 받지 못한 그녀는 몸은 어른이지만 마음은 아직도 어린아이와 같아서, 앞으로 성장해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성장의 멈춤은 M씨 자신의 행복과 평안함뿐만 아니라 가족의 행복과 평안함까지도 빼앗아 가고 있는데 자신이 잡고 있는 자기연민과 심리적인 고집으로 인해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습니다. 치료자가 갖는 안타까움은 모른 채 그 마음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치료자에게 주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정말 간단한 일인 것을 나는 문제가 없고 피해자라는 자신의 생각을 고집함으로 자신의 문제들은 부정하고 자신이 우울할 수밖에 없음을 가족 탓을 하면서 합리화시킴으로 인해 신경증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이제 정신과에 가보려한다면서 자신이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조언을 구하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병원에 갔을 때 치료자에게 자신을 변화시키고 싶으니 자신을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치료자의 조언에 귀 기울여 변화하려는 노력을 진정성 있게 해 볼 것을 권했습니다. 치료자에게 나를 있는 그대로를 내보이고, 주변 상황을 원망하거나 핑계거리로 삼지 않고, 내가 가진 생각의 틀을 변화시켜 갈 때 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마술가게와 심리극
갈등 상황에 대한 해결 방법 중에 하나가 심리극을 통해 감정에 대해 살펴보는 것입니다. 심리극에서는 부부나 부모 자녀간의 갈등 상황에 대해서 역할 바꾸기도 해보고 자신이 상대방에게 할 수 없었던 마음속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갈등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도록 연출자와 보조출연자가 도움을 줍니다. 실제 심리극을 진행할 때 텔레비젼에서 보여지는 심리극 전에 하는 준비 단계가 있습니다. 준비 단계는 여러 형태로 이루어 질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마술가게입니다.
마술가게는 이렇게 열립니다. 한 사람이 나와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가게를 엽니다. 그곳에 보이지 않는 진열대 위에 여러 가지 물건이 있음을 가게주인이 말합니다. 희망, 행복, 즐거움, 평화, 자심감 등등.... 한쪽에는 손님들이 팔고 간 슬픔, 외로움, 죄책감, 의심, 불안, 두려움 등이 있음을 알려줍니다. L씨가 물건을 팔고 새 물건을 사고 싶다고 나왔습니다. 가게 주인은 친절하게 묻습니다. 어떤 물건을 사고 싶으시냐고...L씨가 말합니다. 용서를 사고 싶다고.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죄책감을 팔고 싶다고. 네, L씨는 죄책감을 팔고 대신 용서를 사셨습니다. Y씨가 새 손님으로 오셨습니다. 가게주인이 친절하게 묻습니다. 무엇을 사고 싶으시냐고요. Y씨는 우정을 사고 싶으시답니다. 그리고 외로움을 팔겠다고 하였습니다. P씨가 손님으로 오셨네요. 분노를 팔고 싶으시데요. 그리고 평온함을 갖고 싶으시데요. 가게 주인이 청중을 향해 묻습니다. 더 오실 손님이 있으신가요? 오늘 열린 마술가게의 손님은 세 분이시네요. 이제 연출자가 무대 위로 나와 마술가게를 다녀가신 세 분 중에 P씨를 무대 위로 초대 합니다.
무대 위에 올라온 연출자가 P씨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소개를 마친 P씨에게 아까 마술가게에서 판 분노가 어디서부터 왔는지 간단히 묻고 그 대상이 아버지임을 알게 됩니다. P씨의 아버지 역할을 해줄 보조출연자를 무대 위로 부릅니다. P씨 옆에는 또 다른 P씨가 되어줄 보조자아 역할의 보조출연자가 P씨의 어깨에 손을 올려 아버지를 두려워하는 P씨에게 힘을 실어줍니다. 아버지가 두려우면서 동시에 내재되어 있는 분노를 P씨가 표현 못하자 옆에 있는 보조자아가 대신 말합니다. “아버지는 제 이야기를 들어주신 적이 없어요. 저는 아버지가 무섭고 제게 관심이 없으셨던 것에 화가 나요.” 아버지 역할을 하는 보조 출연자가 화난 모습으로 P씨에게 다가옵니다. 보조자아의 지지를 받으며 P씨가 말합니다. “아버지의 행동이나 말이 두려우면서 화가 났지만 제 마음속 깊숙이 아버지와 잘 지내고 싶은 바램이 있어요” 역할을 바꾸어 봅니다. 아버지가 된 P씨가 말합니다. “나는 너랑 잘 지내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 어려서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새어머니가 들어오셔서 이복형제들과 지냈던 나는 아버지나 새어머니의 눈치를 보며 살아왔다. 나는 애비로 너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렇게 아버지 대신 아버지의 말을 하는 P씨의 눈에 눈물이 고입니다. 심리극이 마무리되면 연출자는 주인공인 P씨에게 소감을 묻고 관객으로 있었던 분들께 P씨에게 하고픈 이야기를 하게 합니다.
자 이제 당신을 마술가게로 초대합니다. 당신은 무엇을 팔고 무엇을 사고 싶으신가요? 심리극의 주인공이 당신이라면 어떤 상황으로 가보고 싶으신가요? 그때 당신의 감정은 어땠나요? 그때는 하지 못했지만 하고 싶으신 이야기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심리극이 아니더라도 이제 치료 상황으로 나아와서 마음속의 상처를 치유하시기 바랍니다.
건강한 거절
30대 주부인 S씨는 두 명의 아들을 키우며 자신의 생활에 충실하게 지내고 있던 중 어느 날 찾아온 우울증으로 인해 병원을 찾게 되었습니다. 신앙생활과 취미 생활을 조화롭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에게 왜 우울증이 생겼는지 의아하다며 주변에서 자신에게 우울증이 온 것을 알린다면 아마도 다들 믿지 않을 것이라 했습니다.
여느 환자와 마찬가지로 개인력과 가족력을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밝혀진 것은 S씨는 거절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거절을 못할 뿐 아니라 사람들을 지나치게 챙기고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간단하고 당연한 거절이 어떤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이 세상에서 실천해 내기가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거절을 하지 못하면 어떤 상황에서든지 과부하가 되어 어느 순간 자신안의 에너지가 고갈되고 우울해지게 됩니다. 거절이라는 것은 나의 한계를 설정하고 나의 심리적인 경계선을 건강하게 세우는 것입니다.

S씨는 알콜 중독으로 인해 사회생활이 어려운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대신해서 헌신적으로 일하신 어머니 밑에서 성장하였습니다. 위로 오빠가 둘 있었지만 S씨는 힘든 가정 상황 속에서 어려서부터 자신의 일은 자신이 챙기는 기특한 막내 딸 이었습니다. 삶에 대해 좌절하고 술을 마시는 아버지나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항상 바쁘고 지쳐있는 어머니에게 찡찡거려본 적이 없었습니다. 요구도 없고 알아서 잘하는 딸이었습니다. 그런 성향은 커서도 계속되었고 결혼을 해서도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누군가 자신에게 부탁을 해오면 거절하지 않았습니다. 왜 거절하지 않냐고 물어보자 거절하면 상대방이 상처 입는 것이 두렵다고 했습니다. 왜 두려운지 물어보았습니다. 초등학교 들어가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동네에서 노는 아이들 틈에 자기도 끼고 싶어 그 주변을 두리번거렸다고 했습니다. 쉽게 놀이에 낄 수 없었던 S씨는 용기를 내어 평소 알고 있었던 한 아이에게 자신도 같이 놀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체 무리 속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S씨는 그때 자신이 느꼈던 좌절감과 수치심을 잊을 수가 없고 그 다음부터 자신이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하게 되면 상대방도 자신과 같은 상처를 받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거절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 날 느꼈던 소외감과 거절에서 오는 수치심을 나누지 못하고 지낸 S씨는 모든 거절은 자신이 느꼈던 만큼 아플 것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S씨에게 그 어린 날, 동네 아이의 무언의 거절은 단순히 놀이에 끼워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처가 되는 사건이었습니다.
사람들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은 그 부탁 자체를 거절하는 것이지 그 사람 자체를 부정하거나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였습니다. 그리고 건강한 관계를 갖기 위해서 때로 건강한 거절을 하여야만 우울증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질 수 있음을 상기시켰습니다. 진료 중 S씨가 참석하기에 여러 가지로 무리가 될수 있는 학부모 모임에 참여하라는 전화가 왔습니다. 머뭇거리던 S씨는 “제가 그 모임은 나갈 상황이 안되네요”라며 거절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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